#13

2025. 10. 29.

일하다 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마다 열정의 온도가 다릅니다. 나는 더 성장하고 싶고 속도를 내고 싶은데, 주변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속도와 방향을 맞추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과 선택을 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종종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기준으로만 상황을 해석하는 마음, 즉 자기중심적 사고와 감정이 소통을 막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잘될 텐데 왜 내 방식대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그 밑에 깔린 “그렇게 하지 않으니 내가 불편하다”는 감정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상대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의 근원은 결국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죠. 관계적 개입은 바로 이 자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쟤는 왜 저래?’가 아니라 ‘나는 왜 불편하지?’

예를 들어, 성실하지만 늘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분명 더 효율적인 방법을 제안했는데도 방식을 바꾸지 않습니다.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제안해도 조심스러운 반응만 보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왜 저 사람은 변하려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바꾸어 바라보면, 그 답답함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불편하게 느끼는 내 감정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종종 상대를 바꾸고 싶은 욕구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코칭’이나 ‘교육’의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겉으로는 상대를 돕는 조언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내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이든 우리는 결코 상대를 바꿀 수 없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현재 나 자신의 반응과 해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왜 불편했는지, 그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먼저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때 비로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강요가 아닌 ‘개입’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핵심은 상대를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 개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개입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사람 자체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패턴과 조건에는 무한한 개입의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즉 관계에 개입한다는 것은 상호작용의 방식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후배가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그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대신 그 후배와 상호작용하는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늘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후배에게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묻는 대신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뭐야?”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질문이 바뀌면 대화의 패턴이 달라지고, 지시와 피드백 중심의 일방향 관계가 탐색과 협력 중심의 대화형 관계로 전환됩니다.

결국 관계적 개입이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관계의 조건을 바꾸는 일입니다. 사람은 통제할 수 없지만, 관계는 설계할 수 있습니다. 강요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상호작용의 방식이 달라질 때 비로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관계적 개입은 ‘급소’에, 그러나 ‘기분은 해치지 않게’

관계적 개입의 핵심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만드는 내면의 요인을 이해하고 다루어야 비로소 원하는 변화와 성장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후배가 늘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순히 고집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평가에 대한 불안, 자신감의 결핍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라고 비난하는 대신 후배가 새로운 시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정서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 그에 맞는 방식과 조건으로 개입할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때 이왕이면 상대가 위축되거나 공격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계적 개입의 바탕에는 언제나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신뢰가 없으면 어떤 말도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죠. 그리고 그 신뢰를 지탱하는 힘은 ‘긍정’입니다. 긍정의 태도는 상대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며, 그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리고 행동이 달라집니다.

관계적 개입의 본질은 상대방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스스로 펼칠 수 있도록 환경적 조건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내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계의 길을 여는 것, 그것이 진정한 ‘관계적 개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