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CSR ''

2026. 2. 11.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어 일을 해보니 오히려 ‘무엇을 버리고 내려놓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좋은 관계를 위해서 혹은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내려놓아야 하는 마음이나 집착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여기서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기분과 주관이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한 발 물러나 본질을 선명하게 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사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살아오며 쌓인 기억과 이름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내가 맞다”, “내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곤 하며, 바로 그 마음이 성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우리는 과거를 다시 살 수 없고 미래를 미리 살 수도 없기에 우리가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 고집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가”를 기준으로 지금 이 순간의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바로 ‘CSR’입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먼저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도 있듯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일입니다. 경영 전략 프레임워크인 ERRC(Eliminate-Reduce-Raise-Create)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Create)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요소를 없애고(Eliminate) 줄이는(Reduce)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건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연애의 본질인 사랑이 머물러야 할 자리에 ‘나’를 끼워 넣는 순간 관계는 삐걱거립니다. “내 자존심이 먼저” 라거나 “상대가 내 방식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고집, 즉 자기를 앞에 내세울 때 연애가 힘들어지곤 합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시너지와 성과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앞에 서는 순간 성과도 흔들립니다. “내가 인정받아야 한다”, “내 방식이 맞다”, “내가 통제해야 한다” --- 이런 마음이 끼어드는 순간 목적이 흐려지고 시너지는 사라지며 성과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죠.

‘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변화하는 ‘기억’일 뿐

사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그저 살아오며 쌓인 기억의 집합체이자 관계속에서 계속 업데이트되는 하나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한번 찬찬히 따져볼까요?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물질 중 그 어디에도 ‘나’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조각은 없습니다. 지금 먹는 음식이 곧 나의 세포가 되고, 오늘 나누는 대화가 내 뇌의 사고 회로를 끊임없이 재구성합니다. 물질도 생각도 잠시도 머물지 않고 흐르는데, 무엇을 고정된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 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저곳을 ‘청계산’이라 부르지만, 산 스스로는 자신이 산이라는 것도, 이름이 청계산이라는 것도 모릅니다. 산은 그저 존재할 뿐이고, ‘청계산’이라는 실체는 사람들이 편의상 붙여놓은 기억 속에만 존재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따라 불리는 호칭이자 축적된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을 ‘나’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 변화무쌍한 흐름 위에 ‘단단한 자아’라는 기둥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 애쓰느라 우리는 스스로를 고통과 불안 속에 가두고 맙니다.

“내가 맞다”가 아니라 “목적에 맞는가”를 기준으로

우리는 ‘자기’를 내려놓으면 내가 사라지거나 무력해진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내려놓음’은 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필터’를 잠시 치우고 본질을 선명하게 보는 것입니다. 내 감정, 체면, 주관이 판단의 중심에 있으면 우리는 현상을 왜곡해서 보게 됩니다. “내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설수록 일의 본질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먼저 계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나의 주관과 이기에서 비롯되는 편견과 편향을 내려놓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판단의 기준을 “내가 원하는가”에서 “목적에 맞는가”로 옮기는 것이지요. 연애에서 내 자존심을 비워야 비로소 ‘상대의 마음’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것처럼, 일에서는 내 방식을 비워야 비로소 ‘최선의 전략’이 보입니다.

우리가 일을 할 때 목적에 맞게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만 ‘역할’은 목적과 책임에 집중하게 합니다. 그래서 답은 “지금 맡은 역할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있습니다. 리더라면 리더의 역할로, 팔로워라면 팔로워의 역할로 --- 자존심이나 체면을 섞지 않고 성과와 가치에 집중하는 겁니다.

CSR은 역할에 집중하도록 돕는 실천의 도구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현실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일상에 돌아오면 다시 ‘나’로 돌아가곤 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에 감정이 흔들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앞서고, 익숙한 방식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CSR’입니다.

CSR은 ‘나’를 내려놓고 ‘목적과 역할’에 집중하도록 돕는 실천의 도구입니다. 소통기술(C)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 기분이 아니라 ‘목적을 기준으로’ 대화하게 합니다. 전략기술(S)은 나의 취향이나 선호가 아닌 ‘고객가치를 기준으로’ 전략을 세우고 성과를 추적하게 합니다. 성찰기술(R)은 자책이나 후회가 아닌 객관과 합리를 기준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해줍니다.

인생은 ‘자신X세상’입니다. 여기에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주체인 ‘자신’은 주관에 갇힌 ‘나’가 아니라 한 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볼수 있는 객관의 ‘나’입니다. 메타인지로 나를 객관화하고, 관계를 목적에 맞게 정렬함으로써 세상과의 곱하기를 더 합리적으로 만드는 방법, 그것이 CSR입니다.

먼저 주관과 이기의 ‘나’를 내려놓아 보세요. 그리고 목적과 역할에 집중하는 객관의 ‘나’로 세상과 상호작용해 보세요. 그것이 일을 잘하는 합리적인 방법이자, 우리 인생의 모든 문을 여는 최고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