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문답 #20 ― 사람이 답이다: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2025. 12. 17.
회사에서 자인사상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계기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경험이나 깨달음이 지금의 경영철학을 만들어내게 되었을까요?
핵심 요약
자인사상은 특별한 한순간의 계기가 아니라, 기술자에서 경영자로의 여정에서 ‘사람’의 본질을 탐구한 오랜 경험과 과학적 이해가 쌓여 정립되었다.
- 자인은 특정한 계기가 아니라 삶 전반의 경험이 쌓이며 만들어졌다
- 경영의 본질은 조직과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에 있다
- 과학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영의 실천으로 연결시켰다
보통 누군가 큰 성취나 업적을 이루면 사람들은 그것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순간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강렬한 영감을 받았거나, 인생을 바꾼 만남이 있었거나, 깨달음을 준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룬 것들은 삶의 특별한 한순간에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의 축적과 끊임없는 탐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그리고 자인사상을 정립하기까지의 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번의 특별한 깨달음이나 계기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본질을 향한 오랜 탐구와 실천이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사람이 답이다’라는 확신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결정적 계기’는 대부분 성공한 후 그 이유를 해석한 것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간디가 기차에서 백인 검표원에게 내쳐진 사건으로부터 비폭력 저항운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전부터 간디는 이미 여러 경험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불의에 대한 민감성이나 연민이라는 내적 기반이 있었기에 그 순간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회사를 창업하기까지, 그리고 기술자에서 경영자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거치며 제 안에 수많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학창시절의 고민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느낀 현실과 이상의 괴리, 기술자로서 겪었던 다양한 프로젝트들, 그리고 창업 과정에서 마주한 수많은 어려움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지금의 자인을 정리하게 된 것이지요.
경영의 본질은 ‘사람’이었다
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리려 합니다. 10여 년간 기술자로 살다가 창업을 하게 되면서 ‘경영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는 설렘보다 불안과 중압감이 더 컸습니다. 분당에 작은 사무실을 얻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으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을 배워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개념들만 쏟아졌습니다.
“경영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경영을 잘할 수 있을까? 성공한 경영자들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까? 제품, 기술, 시장, 고객, 매출, 이익 등 수많은 경영의 변수들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핵심일까?” 질문이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답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현상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경영의 본질은 무엇일까?”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걷어내면서 마지막에 남는 단 하나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경영은 조직과 시장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두 축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은 다름 아닌 ‘사람’이더군요. 조직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도 ‘사람’이고, 시장에서 그것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주체도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경영이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경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본질을 향한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영을 더 깊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시작한 탐구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근본 원리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심리학에서 출발했지만, 이어서 신경과학, 생물학부터 필요하면 자연과학의 다양한 영역까지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통해 발견한 실천의 길
다양한 과학 분야를 탐구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를 들어보자면, 사람들이 성과를 내는 메커니즘- 신뢰, 열정, 전략, 제어 -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같은 것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모순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존재이고, 감정으로 판단하지만 메타인지를 활용해 객관적 관점을 취하고자 하며, 자유를 원하면서도 소속감을 갈구하고,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추구합니다.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자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불교 경전 같은 고전에서부터 자기계발서에서도 계속 이야기되어 왔으니까요. 그런데 단순히 메시지로 전달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현실에 적용이 되어야 더 큰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다행히 이제는 과학을 통해 이런 원리들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 경영 환경에서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성장 과정에서의 여러 경험으로 특정 역량이 형성된다는 것을 신경과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실제 채용 과정에 적용하여 단순한 스펙이 아닌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검’을 개발하게 되었고, 온보딩 과정을 이러한 역량이 실제로 발현되는 기간으로 보고 ‘뉴로우’를 적용하게 되었죠. 또한 뇌의 작동 방식에 기반한 성과 메커니즘을 발견하면서, 성과 창출의 첫 번째 요소가 ‘신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여 성장을 지원하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인이라는 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특별한 한순간의 계기가 아니라, 기술자에서 경영자가 되는 과정에서 마주한 ‘사람’이라는 본질에 대한 오랜 탐구와 경험의 축적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가 더 좋은 세상이 되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의 사람에 대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