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

2026. 5. 6.

상품 개발을 할 때, 상품이 가지는 가치보다 특정 기능에 집중하게 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고객에게 특정 기능을 제공하기보다 상품의 선명한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상품 개발 체계로 ‘가개기실’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체계가 나오게 된 배경과 각 단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좋은 상품은 고객 요구사항의 합이 아니다

고객이 말하는 요구사항은 이미 드러난 불편과 필요일 뿐, 그 아래에는 고객 자신도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숨겨진 욕망이 있습니다. 좋은 상품은 그 숨겨진 욕망을 읽고, 그것을 고객이 체감할 가치와 구현 가능한 기술로 연결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 가개기실은 욕망을 가치로, 가치를 상품으로 완성하는 체계다

이를 체계화한 것이 가개기실(가치 설계 → 개념 설계 → 기본 설계 → 실시 설계)입니다. 고객의 숨겨진 욕망을 찾고, 그것을 제공할 가치로 정리한 뒤, 구현 가능한 상품의 상(像)과 구조로 구체화해가는 상품 개발 4단계 체계입니다.

• 상품의 승부는 가치 설계, 개념 설계에서 난다

가치 설계와 개념 설계는 고객에게 줄 가치와 상품의 상을 정하는 앞단 설계입니다. 이 단계가 선명하지 않으면 뒤 단계에서 개념과 구조를 반복해서 고치게 되고, 상품의 완성도도 흔들리게 됩니다.

• 가개기실은 상품의 완성도와 구성원의 동기를 함께 높인다

고객에게 줄 가치, 구현할 기술, 만들어갈 상품의 상을 함께 논의하면 구성원들은 같은 그림을 보게 되고, 자기 일이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이 맡은 일이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고, 함께 만들 상품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길 때 구성원의 동기는 커집니다.


좋은 상품은 욕망과 기술이 만날 때 만들어진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상상하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처음부터 “스마트폰이라는 시장을 만들자” 고 계산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전화를 하다가 인터넷도 보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고, 메모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휴대폰에도, MP3에도, PC에도 비슷한 부품과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 손에 들어오는 기계로 합칠 수는 없을까. 키보드를 없애고 화면을 터치하게 하면 어떨까. 반도체는 어디까지 공통으로 쓰고, 무엇을 새로 개발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기술자들과 함께 따져보는 과정에서, 막연했던 생각이 점차 또렷한 상품의 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을까요?

상품은 욕망 × 기술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욕망은 고객이 원하는 변화이고, 기술은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수단입니다. 상품은 결국 고객의 숨겨진 욕망을 보고, 그 욕망을 기술로 구현할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고객의 욕망을 읽어도 구현할 기술이 없으면 상품이 되기 어렵고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객의 욕망과 연결되지 않으면 고객은 쓸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좋은 상품은 이 두 요소가 정확하게 맞물릴 때 만들어집니다. 고객이 더 편해지고 싶어 하는 욕망,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욕망,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읽고, 그 욕망을 실현할 기술을 찾아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과정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한계를 상품의 한계로 만들지 않기 위해

상품 개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상품의 수준이 특정 개인의 경험과 판단, 역량 안에 갇히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탁월해도 모든 고객의 욕망을 읽고, 모든 기술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모든 구조를 완성도 있게 설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볼 수 있는 만큼만 보이고, 상상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들어지면 상품의 크기도 딱 그만큼으로 제한됩니다.

가개기실(가치 설계-개념 설계-기본 설계-실시 설계)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한 체계입니다. 개인의 촉과 감에만 기대지 않고, 조직 안에 있는 경험과 기술, 시장 이해를 설계 앞단에 모아 고객가치와 기술 가능성, 구현 구조를 함께 검토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상품 개발이 기능을 정리하고 구현하는 일에 머물면 고객의 욕망은 기능 목록으로 잘게 쪼개지고, 정작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가치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개기실은 고객의 욕망을 바로 기능으로 옮기기보다, 먼저 제공할 가치로 정리하고 그 가치를 구현할 개념과 구조로 단계적으로 구체화해가는 상품 개발 방식입니다.

가치 설계와 개념 설계가 부실하면 뒤 단계는 계속 흔들립니다. 도로를 다 깔아놓고 다시 파서 배관을 넣고, 또 다시 파서 통신선을 넣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 설계가 약하면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와 실제 상품이 어긋나면서 상품은 점점 완성도를 잃고, 마케팅과 지원 조직도 고객에게 설명하고 당장의 요구를 수습하는 일에 끌려가게 되지는 않을까요?

가개기실은 가치를 상품으로 완성하는 단계

완성된 상품을 100점으로 본다면, 가치 설계가 약 50점, 개념 설계가 30점, 기본 설계가 15점, 실시 설계가 5점을 결정합니다. 상품의 승부는 실제 구현 단계에 들어가기 전 가치 설계와 개념 설계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먼저 상에 대한 대화는, 한 번 설명하고 끝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함께 솔직하게 공유하고, 일의 목적에 공감하고, 스스로 참여하며,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주인의식은 “주인의식을 가져라” 라고 말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구성원이 그 일을 자신의 기억으로 상상하고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생깁니다. 그래서 대화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생각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때 aIDMA와 같은 소통 방식이 필요합니다. 먼저 관심을 열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욕망을 자극하고, 자신의 기억으로 상상하게 만들고,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은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참여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리더는 구성원들의 동기 수준을 MPF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즉, 개개인의 상태를 살피고, 무엇이 동기를 올리고 떨어뜨리는지 예측하며, 그에 맞게 피드백과 대화 방식을 조정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방향을 또렷하게 잡아주는 말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주는 대화가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결국 충분한 대화란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에 대한 공감과 동기의 상태를 함께 살피며 사람마다 맞게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Why를 함께 세우고, 그 Why가 구성원 각자의 동기와 이어지도록 대화를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구성원이 조직의 방향을 자기 일처럼 느끼고, 그 일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게 될 때 동기는 조직의 목표와 연결됩니다. 그렇게 촉발된 동기가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성과는 다시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 흐름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같은 상을 그릴 때 동기가 살아난다

가개기실은 설계를 끝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고객에게 줄 가치, 구현할 기술, 만들어갈 상품의 상을 함께 논의하다 보면 각자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모입니다. 이것이 동상동몽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되겠습니까?” 라고 의심하던 사람도 함께 따져보는 과정에서 “이거 말이 되네” 라고 느끼게 됩니다. 개발자는 기술적으로 풀 방법을 떠올리고, 마케팅과 영업은 고객에게 전할 메시지를 잡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동기가 올라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이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고, 함께 만들 상품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길 때 구성원의 동기는 커집니다. 왜 만드는지, 무엇을 만드는지,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가 선명해질수록 각자는 자기 역할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즉 가개기실은 좋은 상품을 만드는 체계이면서, 상품을 만드는 구성원들의 동기를 강화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좋은 상품은 뛰어난 한 사람의 촉과 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고객의 욕망을 함께 읽고, 그 욕망을 구현할 기술을 함께 검증하고, 같은 상품의 상을 함께 만들 때 탄생합니다. 결국 가개기실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의 한계를 상품의 한계로 만들지 않고, 조직의 동기와 집단지성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기 위해서입니다.